성공후기

전세계 딸기 농가들의 골칫거리를 돈 버는 아이템으로 바꾼 한국 청년

작성자
scgtalent
작성일
2022-03-29 07:21
조회
696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청년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은 어떤 일에 취해 있을까요?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탐색해 보시죠.







코코베리 나상훈 대표와 딸기 농가에서 버려지는 기는줄기. /나상훈 대표 제공







코코베리 나상훈 대표와 딸기 농가에서 버려지는 기는줄기. /나상훈 대표 제공

현재 화장품 시장의 가장 떠오르는 화두는 ‘클린 뷰티’다. 동물성 원료와 실험을 배제하고 자연에서 채취할 수 있는 원료만 이용해 생산한 제품을 뜻한다.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같은 값이면 친환경 제품을 택하는 소비자도 많다. 버려지는 농산 부산물을 이용한 화장품이 대표적이다.

코코베리는 딸기 농사 도중 버려지는 ‘기는줄기(땅 위를 기듯이 뻗어나가는 식물의 줄기. 일종의 번식기관)’를 이용해 화장품을 만든다. 기는줄기는 항산화 물질이 발견되기 전까지 버려지던 부산물이다. 화장품으로 적극 활용되면 농가에게 부가 소득을 안겨주면서 환경 문제 해결에도 보탬이 된다. 한 청년이 그 일을 하고 있다. 코코베리의 나상훈(30) 대표를 만나 창업기를 들었다.

◇딸기 농가에서 창업 아이템 발견한 화학과 대학생

코코베리는 농가에서 버려지는 딸기 기는줄기를 활용한 화장품 ‘리원 부스팅 스킨’을 만든다. 기는줄기에는 엘라그산이라는 항산화물질이 많은데, 코코베리에서 이를 발견해 화장품으로 만든 것이다. 산성도 ph5.7로 건강한 피부가 띄는 것과 비슷해 피부 자극이 거의 없다. 피부임상시험센터에서 비자극 판정을 받기도 했다. 보습력과 거친 피부결 개선 효과가 있고, 특히 환절기 심해지는 ‘속건조’를 2주만에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온라인몰(https://bit.ly/3sgLPe9)에서 한정기간 공동구매 행사중이다.







코코베리의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한 나상훈 대표. /나상훈 대표 제공







코코베리의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한 나상훈 대표. /나상훈 대표 제공

대전대학교 응용화학과 11학번이다. 창업학을 복수 전공했다.

- 처음부터 창업을 꿈꿨나요.

“막연히 40대가 되면 내 사업체를 운영할 거라 공상하곤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돈’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고등학교 3학년에 주식을 시작할 정도였습니다. 그때 ‘회사’라는 개념에 눈을 떴어요. 회사를 키우고, 누군가 가치를 인정해 투자한다는 것이 매력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에서도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창업 동아리 활동을 했죠.”

-동아리에선 어떤 활동을 했나요?

“평소 피부 고민이 많았습니다. 관리를 소홀히 하면 건선 같은 피부염이 잘 일어나는 예민한 피부였죠. 그 고민을 담아서 사용 중 먼지가 들어가지 않는 화장품 펌프를 개발했어요. 하천 산책로 에너지 발생기, 밀키트 등 아이디어로 창업 계획서를 쓰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돌고 돌아 마지막 정착한 아이템이 화장품이었어요.”







직원들과 딸기 농장에 방문한 모습. /나상훈 대표 제공







직원들과 딸기 농장에 방문한 모습. /나상훈 대표 제공

- 화장품 사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요.

“지금 코코베리의 이사로 계시는 학과 선배의 부모님이 딸기 농장을 운영하셨는데요. 2016년 이 농가를 방문했다가 버려지는 농산 부산물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알고 충격 받았었어요. 한 딸기 농장에서 버려지는 부산물만 연간 5톤이 넘는다고 하더라고요.

이 부산물을 이용해서 피부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면 돈을 벌면서 환경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겠더라고요.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분야의 선두가 되는 건 덤이고요. 2017년 졸업 후 선배와 함께 학교 창업보육센터 연구실에서 ‘코코베리’를 창업했습니다. 동아리 활동으로 얻은 상금과 사비를 모은 5000만원이 자본금이 됐죠.”

◇5년 만에 세상에 나온 딸기 기는줄기 화장품







딸기의 기는줄기를 원료로 한 코코베리의 화장품. /코코베리







딸기의 기는줄기를 원료로 한 코코베리의 화장품. /코코베리

- 딸기 농가의 부산물을 어떻게 화장품과 접목했나요.

“딸기의 ‘기는줄기’는 일종의 번식 기관입니다. 영양분을 흡수해 다른 개체를 만들려는 성질이 있죠. 기는줄기가 많으면 딸기 열매가 제대로 클 수 없어요. 기는줄기가 양분을 다 흡수해버리기 때문이죠. 그래서 딸기를 재배하는 내내 기는줄기를 잘라야 해요. 이 기는줄기에 답이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영양분이 모여 있는 기관이니까요. 바로 피부에 유효한 성분이 있는지 연구하기 시작했죠.”

- 그래서 특별한 점을 발견했나요.

“분석을 해보니 기는줄기에는 폴리페놀의 한 종류인 ‘엘라그산(Ellagic Acid)’이라는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더군요. 폴리페놀은 우리 몸에 있는 유해산소를 무해한 물질로 바꿔주는 항산화 물질이에요. 엘라그산의 항산화 작용이 피부를 보호하죠. 피부 보습, 결 개선에 탁월한 물질입니다. 이 물질을 발견한 이후에는 엘라그산을 기는줄기에서 추출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어요.”







창업 초기부터 연구를 함께한 김훈수 이사(우)와 나상훈 대표(좌). /나상훈 대표 제공







창업 초기부터 연구를 함께한 김훈수 이사(우)와 나상훈 대표(좌). /나상훈 대표 제공

- 화장품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화장품을 직접 개발하고 연구하려니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녔어요. 우선 건강관리학과의 화장품 관련 수업을 수강했고요. 정부에서 지원하는 천연화장품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 인적자원개발) 과정도 수강했습니다. 화장품 원료 추출 기업에서 무급 직원으로 일하며 화장품 추출 방법을 배우기도 했어요.”












농산 부산물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여러 기업의 문을 두드렸던 나상훈 대표. /코코베리

-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나요.

“화장품 원료의 추출 온도와 시간은 각 기업의 기밀 사항이에요. 원료 회사에서 일해도 쉽게 얻을 수 없는 정보였죠. 너무 과하게 추출하면 피부에 자극적이고, 추출을 짧게 해도 효과가 미미하죠. 수백, 수천 번의 실험을 거듭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최적의 원료 배합비와 온도, 시간을 찾고, 특허까지 냈습니다. 아무런 수익 없이 오랜 시간 실험에 매진해야 해서 무척 힘들었습니다. 특히 농산 부산물로 화장품을 만드는 것은 저희가 처음이라 자문할 길이 없었죠.”

- 원료 추출 성공, 그 이후는요.

“원료를 들고 여러 화장품 기업의 문을 두드렸어요. 제품화를 결정한 곳에 원료를 납품하려고요. 그런데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농업 부산물에 대한 인식 때문이었죠. 최근에야 ‘업사이클링’이나 ‘비건 제품’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지만, 2018년만 해도 농산 부산물은 ‘쓰레기’라는 인식이 강했어요.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라는 광고 문구의 인기에서 보듯 식물의 열매나 뿌리 같은 식용 부위는 화장품 원료로 자주 활용됐지만, 농산 부산물은 시도한 사례조차 없었죠. 결국 직접 제품화를 하기로 했습니다.”

◇화장품으로 디데이 우승







지난해 11월 디캠프 지역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코코베리. /나상훈 대표 제공







지난해 11월 디캠프 지역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코코베리. /나상훈 대표 제공

우여곡절 끝에 2021년 2월, 딸기 기는줄기 추출물을 담은 코코베리 ‘리원 스킨’을 출시했다. 전 성분이 정제수, 딸기 기는줄기, 보습 성분 두 가지로 총 4가지뿐이다. 전 성분이 EWG(화장품 성분 안전도 평가) 1등급이다. 전 성분이 적기 때문에 크림과 같은 다른 화장품과 섞어 사용해도 괜찮다.

산성도 ph5.7로 건강한 피부가 띄는 것과 비슷해 피부 자극이 거의 없다. 피부임상시험센터에서 비자극 판정을 받기도 했다. 보습력과 거친 피부결 개선 효과가 있고, 특히 환절기 심해지는 ‘속건조’를 2주만에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보습크림 등으로 상품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있다. 온라인몰(https://bit.ly/3sgLPe9)에서 한정기간 공동구매 행사중이다.

시험 판매에서 좋은 소비자 호응을 얻었다. 작년 11월 은행권 청년창업재단(이하 디캠프) 창업경진대회(디데이) 지역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는 수박 농산 부산물을 이용한 화장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다른 농산 부산물을 활용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리원 스킨을 꾸준히 사용한 나상훈 대표의 현재 피부 상태. /나상훈 대표 제공







리원 스킨을 꾸준히 사용한 나상훈 대표의 현재 피부 상태. /나상훈 대표 제공

- 소비자 반응이 어땠나요.

“저도 직접 사용하고, 지인들의 좋은 반응을 확인한 후 출시한 터라 제품력에 자신이 있었어요. 2주 간의 임상 평가에서 무자극 평가, 13%의 피부 보습 개선, 7%의 결 개선 효과를 인정받기도 했고요. 지금은 다른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 판매하지 않고 있는데, 재판매 요청이 자주 들어와요.”

- 그동안 얼마나 많은 딸기 부산물을 활용했나요.

“지금까지는 건조된 기는줄기를 기준으로 100kg 정도 활용했어요. 건조하면서 수분이 70% 정도 날아가니 원래 부산물 기준으론 그 이상 무게가 나가죠. 기 미미하지만 100kg도 의미 있는 지표라고 생각해요. 농산 부산물을 더 많이 소비할 방법을 계속 연구하고 있습니다.”







코코베리에서 출시 예정인 수박 마스크팩. /코코베리







코코베리에서 출시 예정인 수박 마스크팩. /코코베리

- 앞으로 계획은요.

“딸기 농가 다음으로 관심있는 곳이 수박 농가입니다. 수박을 재배하면서 많은 양의 잎과 줄기가 버려지는데요. 연구 도중 수박의 부산물에서 항염 효과가 있는 성분을 발견했어요. 올해 안에 수박 부산물을 이용한 진정 마스크팩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딸기 기는줄기의 성분인 엘라그산을 활용한 건강기능식품도 생산할 계획이고요.

디캠프 지역 리그 우승 이후 몇몇 화장품 제조 기업으로부터 원료 샘플을 보내 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요. 요즘 유명 기업과 함께한 기는줄기 추출물 제품의 제형 테스트도 하고 있어서 상반기 다양한 제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예비 창업자에게 조언이 있다면요.

“저희 회사는 업력에 비해 주목받은 지 얼마 안 됐어요. 사업 초기에는 수없이 거절도 당했죠.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이 있더라도 세상의 인정을 받을 때까지 인내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돈이 없어 8개월간 연구실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던 시기가 있었죠. 그 시간이 결국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었던 밑바탕이 됐습니다. 창업을 준비하신다면, 당장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을 각오부터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