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경향신문] “재능 기부해 보세요 당신이 행복해져요” (10/08/31)

작성자
scgtalent
작성일
2014-04-10 14:10
조회
1466
“재능 기부해 보세요 당신이 행복해져요”


ㆍ국내 프로보노 운동의 선구자 고 영 SCG 대표

더 많은 돈과 높은 지위, 나와 내 가족의 안락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 먹고사는 일의 전부처럼 보이는 세상이다. 구조조정과 청년 실업, 경제위기로 삶이 팍팍해질지라도 어떤 이는 매월 일정액을 자선단체 기금으로 기부한다. 또 어떤 이는 주말마다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능력을 나눠주는 사람(재능 기부)도 있다. 큰돈이나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소소한 기부다.

요즈음 자신이 지닌 재능을 사회에 기부하는 전문가들인 프로보노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고영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의 부장 컨설턴트(34)도 그들 중 한 명이다. 그는 변호사, 세무사, 변리사, 의사 등의 프로보노들을 모아 SCG(Social Consulting Group)를 만들어 시민단체나 사회적 기업에 무료 컨설팅을 하는 등 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사회에 기부하는 것을 돕고 있다.


고영 SCG 대표는 “기부는 돈이 만드는 가치보다 더욱 많은 가치, ‘함께함’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갖게 만들어 준다”며 “이를 통해 자신이 변하고 미래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고영 대표는 “기부는 처음 시작하기가 어려울 뿐, 일단 시작하면 하지 않는 게 오히려 불편하다고 느끼게 되는 습관과 같다”며 “이런 작은 기부도 ‘나비효과’를 일으켜 다른 이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2006년 ‘연봉의 80%를 기부하는 컨설턴트’로 처음 언론에 소개됐다. 최근 그의 소식이 다시 들려왔다. 러시아 연해주 고려인 동포들의 사회적 기업을 컨설팅해 주었다는 것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까지 종횡무진하는 그를 만났다. 국내 프로보노 운동의 선구자이며, ‘기부청년’이라 불리는 그의 기부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기부에 앞장서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고려대 학부시절 등록금을 내지 못해 학업을 포기해야 할 무렵, 학교 인근을 방황하다가 노점의 ‘영철버거’ 앞을 지나가게 됐지요. 영철이형(영철버거 사장)이 고개를 떨구고 걸어가는 절 불러 세워 햄버거를 내밀더군요. 제 얘기를 듣고 자신의 막노동 시절 얘기를 해주며 위로를 해주었지요. 얼마 후 영철이형이 흔쾌히 한 학기 등록금 300만원을 건넸습니다. 그때 ‘자기도 어려우면서 남을 도와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났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부를 정말 열심히 합니다.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부는 사람을 아름답게 만듭니다. 인생을 왜 살아야 하는지, 무엇이 삶의 원천이 될 수 있는지, 자신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알게 하지요. 또 기부를 하다 보면 생각이 크고 올바른 가치관이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문제 해결 능력이 생기고 사회 영향력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 자체가 엄청난 자산입니다. 내게 있는 것을 조금 줬을 뿐인데, 누군가의 삶이 바뀌었습니다. 왜 기부하는지, 이유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한 것 아닐까요.”

-재능 기부만 하신 것은 아니죠. 지금까지 기부한 돈이 1억원이 넘는다고 들었습니다.

“결혼 전에는 월급의 80%를 기부했는데 지금은 20%만 합니다. 대출받은 전세자금 갚느라고요. 1000만원씩, 2000만원씩 했던 대량 기부가 전보다 줄어들었지만, 여러 국제기구와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기부는 줄이지 않고 계속하고 있어요.”

-특히 재능 기부에 관심이 많으신데요.

“물질로 하는 기부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재능 기부는 큰돈이나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할 수 있지요. 재능 기부는 1년 이상 꾸준히 하면 주위 사람들을 바꿔 놓을 수 있습니다. 하나의 단체로 만들어 새로운 일을 할 수도 있죠. 돈으로는 결코 만들 수 없는 일들을 할 수 있습니다. 지금 SCG가 35개 기업에 무료 컨설팅을 하는데 이 가치가 한 달에 13억원이나 됩니다.”

-SCG는 무엇을 하는 곳입니까. 특별히 SCG를 만들게 된 동기가 있다면.

“국내 최초의 전문가 재능 기부 단체입니다. 2006년 아름다운가게를 1년여에 걸쳐 무료 컨설팅하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나눔과 순환이라는 가치부터 실제 사회적 변화의 모습까지. 이 과정에서 더 많은 전문가들이 시민사회단체와 사회적 기업을 돕는다면 그것이 정말 국가적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임을 알게 됐지요. 처음 3명으로 시작한 SCG는 현재 200여명의 ‘프로보노’로 구성돼 우리가 어떤 일들을 해야 하고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프로보노’가 뭡니까.

“프로보노는 말 그대로 전문가들이 재능을 기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신의 전문성을 기부하는 것이죠. 실제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으로 축적된 이슈들에 대한 문제해결력을 시민사회단체, 사회적 기업에 제공하는 것입니다. 우리 SCG는 이런 프로보노 활동의 최전선에 서 있다고 생각하고 그 책임감을 느낍니다.”

-종횡무진 뛰다보면 회사 생활에 영향이 있을 텐데요.

“물론 영향을 줍니다. 보다 더 회사 일을 잘하게 되지요. 회사일이 따분한 분들은 ‘나비형 인간’이 될 것을 권합니다. 재능 기부는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깨닫게 하고 어떻게 하면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회사와 도움을 받는 사람들을 위해 잘 쓸 수 있을지를 계속 깨우치게 만들죠. 또 시야를 넓혀 주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게 합니다. 누가 봐도 매력적이고 주도적인 존재로 건전한 자아를 형성해주니까.”

-‘나비형 인간’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자기가 가진 작은 재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나눠주는 사람입니다. 1명에게서 시작된 작은 도움이 나비효과처럼 퍼져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지요. 브라질의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미국 텍사스에서 토네이도가 일어난다잖아요. 이런 작은 날갯짓이 태풍과 같은 효과를 냅니다.”

그는 기부가 남을 도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혼자 하는 기부는 재미도, 의미도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 그가 ‘나비형 인간’을 외치고 다니는 이유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옛말처럼, 나 혼자서는 어려운 일이 10명의 재능이 모이면 가능해진다. 이런 ‘나비형 인간’을 매달 100명씩 모아 800만 소상공인을 돕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경향신문 김윤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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