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신동아] ‘나비형 인간’ 고영의 기부인생 “내 것만을 위해 사는 게 올바른지 평생 질문해야” (10/06/01)

작성자
scgtalent
작성일
2014-04-10 14:06
조회
1427
‘나비형 인간’ 고영의 기부인생“내 것만을 위해 사는 게 올바른지 평생 질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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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능기부단체 SCG 이끄는 억대 연봉의 컨설턴트
● 한때 연봉의 80%까지 기부, 기부보험 들고 유산까지 기부 약정
● 마이너스통장 만들어 연해주 고려인들 돕고, 재소자 학비 대기도
● ‘IMF 사태’ 이후 출세지향 인생에서 기부인생으로 전환
● 쓰레기 줍기와 선거참여운동으로 탈이념 대학문화 주도
● M&A 기법으로 새로운 틀의 남북통일방안 제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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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매일같이 묵상을 한다는 얘기는 나의 뇌를 쿡 찔렀다. 묵상(默想). 오랫동안 잊고 지낸 단어다. 그를 흉내 내 회사로 향하는 출근버스 안에서 묵상을 해보았다. 나의 인생은 무엇이고, 나의 미래는 무엇이고, 아이들이 누릴 세상은 어떤 것이고, 지구의 미래는 어떤 것이고…. 그리고 오늘 그를 만나면 어떤 질문을 어떤 순서로 던질까. 갈피가 잡히지 않는 생각의 조각들이 봄날 꽃가루처럼 흩날린다.

이 종잡을 수 없고 조금은 고통스럽기까지 한 상념의 난무가 그친 것은 어느 순간 나비처럼 날아와 내 옆자리에 앉은 청초한 이미지의 단발머리 여인 때문이었다. 그녀가 내뿜는 벚꽃과 철쭉을 합쳐놓은 듯한 강렬한 향기에 나의 묵상은 마비됐다. 그녀는 몇 정거장을 지나 하차했고,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삶의 역동성과 부질없음에 가볍게 신음했다. 그 사이 세계에 대한 나의 묵상은 흔적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움츠러들었다.

‘기부 청년’(일단은 이렇게 불러두자) 고영씨와의 인터뷰는 오늘 오후 3시에 잡혀 있다. 그가 기부 운동가라는 사실은 나를 불편하게 했다. 점심식사 후 청계천을 거닐다가 불우 어린이 돕기 캠페인을 그냥 지나치지 않은 데는 분명 그 점이 작용했을 터다. 몇 백원짜리에서부터 1만원짜리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류의 상품이 있는데, 수익금이 지구촌 불우 어린이들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내가 덥석 1만원짜리 티셔츠를 고르자 행사 관계자들의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불우한 어린이들의 처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거나 진정 마음이 아파서 한 행위는 아니었다. 끽해야 자기과시거나 허영심이리라.


매일 30분씩 묵상

찻집이면서 문화공간으로 유명한 카페 민들레영토 홍익대지점에는 젊음의 활기가 넘쳤다. 이윽고 키가 훤칠하고 잘생긴 젊은이가 나타났다. 30대 중반에 억대 연봉을 받는다는 컨설팅의 귀재,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 기부하고 유산(遺産)까지 기부한 사람, 공익봉사활동인 재능기부운동의 선구자…. 고영(高暎·34). 지금까지 ‘Face to Face’에 등장한 사람 중 가장 젊지만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누구 못지않게 화려하고 강력하다. 아니, 신선하다.

“많이 바쁘죠?”라는 질문에 “바쁜 척하고 있습니다” 하면서 시원스럽게 웃는 모습이 보기 좋다. 그는 최근 3년간 매년 한 권씩 책을 펴냈다. ‘아고라에 선 리더십’(2008년), ‘새로운 자본주의에 도전하라’(2009년), ‘나비형 인간’(2010년)이 그것이다. 그는 4월 출간된 ‘나비형 인간’을 주제로 몇몇 대학에서 강연도 했다. 나비형 인간은 자신의 재능으로 누군가를 도와 성공시키는 것을 즐기는 사람을 뜻한다.

그가 소속된 회사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그전엔 헤이그룹(Hay Group)이라는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다녔다. 그의 존재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SCG(Social Consulting Group)라는 단체다. 2007년 그가 만든 이 단체는 프로보노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프로보노는 라틴어 ‘Pro Bono Publico’의 약자로 ‘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이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서비스를 공익 차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는 매일같이 30분가량 묵상을 한다. 시간과 장소는 정해져 있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하고 샤워할 때도 하고 전철 안에서도 하고 길거리를 걸을 때도 한다. 묵상과 기도는 어떻게 다른가.

“기도할 때 주제가 있는 건 소원을 빌기 때문이죠. 제가 하는 묵상은 하루를 시작할 때 마음을 다잡거나 하루의 활동을 되돌아보는 겁니다. 비전을 이루기 위해 오늘은 뭘 해야 하나, 어떤 만남을 갖고 어떤 얘기를 해야 하나 깊이 생각하는 거죠.”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피부가 깨끗하다. 호소력을 지닌 큰 눈은 아니지만 눈빛이 맑다. 진분홍색 바탕에 작은 점이 총총히 박혀 있는 넥타이가 희멀건 얼굴과 흰색 와이셔츠에 잘 어울린다. 이런 귀공자형의 언행은 자칫 잘난 체하는 걸로 비치거나 위화감을 주기 쉽다. 그런데 그의 표정과 말투는 단단하면서도 부드럽다.

“내가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나 자신을 드러내려 하는, 욕망에 기초한 행동을 반추하면서 올바른 행동에 대해 생각하는 겁니다. 많은 사람이 아침에 책 한 권 더 읽거나 노하우나 스킬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게는 내가 왜 인생을 사는지 생각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더 중요합니다.”

묵상이라는 말에서 조금 짐작은 했지만, 종교를 묻자 기독교인이라며 기독교 신앙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기독교인들은 자기 죄와 복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소원을 많이 얘기하는데, 그런 식의 고민에서 더 나아가 본질적인 주제, 본질적인 물음을 늘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개 잊어버리고 살거든요.”

(이하 계속)


동아일보 신동아 조성식 기자
http://shindonga.donga.com/docs/magazine/shin/2010/06/01/201006010500011/201006010500011_1.html